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아이의 외침 – 《가버나움》 줄거리 요약, 메시지, 총평

by write-1717 2025. 5. 19.

 

줄거리 요약

《가버나움(Capharnaüm)》은
레바논의 가난한 거리에서 태어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한 소년의 삶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자인
열두 살 남짓의 소년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어른들보다도 더 고단하고,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자인은 태어날 때부터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았고,
가족은 많지만
누구도 서로를 돌보지 않으며,
아이는 학대와 방임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는 어린 여동생 사하르
가장 아끼는 존재로 여깁니다.
하지만 가족은 사하르를 나이 많은 남자에게
돈을 받고 시집보내고,
사하르는 곧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 사건 이후
자인은 집을 떠나 거리에서 살아가게 되고,
거기서 에티오피아 이민자 여성 라힐
그녀의 아기 요나스를 만나
임시로 함께 살게 됩니다.

자인은 요나스를 보살피며
잠시나마 ‘가족’이라는 따뜻함을 느끼지만
라힐마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붙잡혀가면서
그는 다시 거리로 나앉게 됩니다.

결국 자인은
칼을 들고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감옥에 들어가면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 소송의 이유는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입니다.
즉, 자신을 낳았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한 소년의 이야기인 것이죠.

 

메시지

이 영화를 보며
제 가슴은 참담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자인이 어린 나이에 꺼내는 그 말,
“나는 왜 태어났나요?”
이 질문은 단지 그의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고통받는 존재들의
공통된 외침처럼 들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태어나는 건 축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축복이 기회, 존중, 보살핌이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고통일 수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자인은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그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부모에게조차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동생을 사랑했고,
요나스를 지키려 했고,
스스로 법정에 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존엄이라는 것이 법적인 지위나 경제적 조건과는 별개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하는 기본값
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묻고 있었습니다.
혈연이 있다고 해서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책임, 존중, 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가족이 되는 것임을
자인과 요나스의 관계를 통해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총평

《가버나움》은
보는 내내 불편하고,
가끔은 숨이 막힐 정도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감독 나딘 라바키
실제로 거리에서 캐스팅한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
레바논의 이민자, 빈곤층, 불법체류자들의 현실을
꾸밈없이 담아냈습니다.

특히 주인공 자인 알 라피아
실제 시리아 난민 소년으로,
그의 눈빛과 말투에는 연기가 아닌
삶의 고단함이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그가 말없이 요나스를 안고 거리를 걷는 장면은
어떤 대사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영화 속 배경은
쓰레기 더미, 허름한 벽, 혼잡한 거리 등
모두 낡고 지저분하지만
그곳에서도 아이는 웃고,
도움을 주려는 손길이 있고,
작은 희망이 피어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잔인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은 여전히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메시지,
그리고 그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는
한 아이의 강인한 생명력이
이 영화를 단순한 사회고발 영화가 아닌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성찰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가버나움》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자인처럼 이름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고,
그들이 겪는 고통은
단지 ‘빈곤’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존재의 문제이자 인간의 문제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지금 제 삶이 얼마나 많은 보살핌과 기회 위에 있는지를
처음으로 진심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