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툴리(Tully)》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아가는 한 여성의 지친 일상과
그 안에서 다시 자신을 회복해 가는 여정을
잔잔하지만 강렬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주인공 **말로(샤를리즈 테론)**는
막내 출산을 앞두고 있는 주부입니다.
그녀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로
육아와 가사,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감정 조절이 어렵고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남편은 무심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말로는 매일같이 지치고,
감정은 고갈되어 가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도 낯설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말로의 부유한 오빠가
그녀에게 야간 보모를 붙여줍니다.
그 이름은 툴리.
툴리(맥켄지 데이비스)는
말로와는 정반대처럼 보이는 젊고 밝고 자유로운 여성으로,
밤마다 찾아와
아이를 돌봐주고,
말로와 긴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그녀의 삶을 회복시켜 줍니다.
툴리는 단순한 보모가 아니라
말로의 마음 깊은 곳을 읽어주는 존재였고,
그녀와의 시간은
말로가 오랜 시간 외면해왔던 감정과 꿈,
그리고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툴리가 단순한 인물이 아님을 밝힙니다.
툴리는 사실
말로 자신의 젊은 시절 자아였던 것이죠.
즉, 툴리는
그녀가 잊고 지냈던
자유롭고 꿈 많고 살아있던 ‘나’였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관객은 영화 전체를 다시 보게 됩니다.
말로는 자기 내면과 조용히 화해하고 있었고,
툴리는 현실의 무게에 깔린 자신을
일으켜주는 ‘기억’이자 ‘회복의 환상’이었습니다.
메시지
이 영화를 보고 저는
한 여성이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넘어서,
한 인간이 자신을 다시 품어주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엄마는 강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면에 감춰진
지쳐버린 여성의 진짜 얼굴을 보여줍니다.
말로는 사랑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고,
아이들을 원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단지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자신을
도와줄 말 한마디,
손 내밀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툴리는 그런 말로에게
“지금도 괜찮다”
“예전의 너도 여전히 네 안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그리고 강하게 상기시켜주는 존재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우울증이나 육아 스트레스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넘어서
한 사람의 자아가 어떻게 소외되고,
다시 회복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정말 탁월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툴리가 단순히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말로가 스스로에게 말해주지 못했던 말,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대신 전해주는 내면의 목소리였습니다.
현실을 바꿔주지는 않지만
그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꿔주는 존재,
바로 그것이 툴리였고,
결국 말로는
스스로를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총평
《툴리》는
육아와 여성의 삶이라는 주제를
마치 조용한 시처럼 풀어낸 영화였습니다.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과
각본가 디아블로 코디는
섬세한 시선으로
‘엄마’라는 말에 갇힌 여성들의 내면을 조용히 조명했습니다.
그리고 샤를리즈 테론은
실제로 몸을 불려가며
말로의 피로, 무기력, 고립감, 그리고 사랑을
한층 사실적으로 연기해 냈습니다.
툴리 역의 맥켄지 데이비스 또한
현실과 환상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캐릭터를 밝고 자유로운 매력으로 소화해 내며
관객이 그녀에게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감동이나 반전이 아닌,
마음속 깊이 부는 작은 바람 같은 울림을 줍니다.
“나는 괜찮은가요?”
“내 안의 나는 지금도 거기 있나요?”
이런 질문을 조용히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도,
스스로를 놓아버렸던 사람에게도
《툴리》는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작품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니까요.
삶이 아무리 지치고 무뎌져도,
그 안엔 여전히
당신의 젊은 날,
당신의 웃음,
당신의 온기가 남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