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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삶 – 《아무도 모른다》 줄거리 요약, 영화의 매력, 총평

by write-1717 2025. 6. 9.

 

 

줄거리 요약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사회의 시선 밖에 놓인 삶의 단면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각각 아버지가 다른 형제자매로,

법적인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가장 큰 형 아키라(야기라 유야)는 열두 살의 나이에 동생들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고,

그들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소리 죽인 삶을 살아갑니다.

어머니는 남자친구와 함께 떠나며 아이들을 방치하고,

생활비와 간식을 조금 남겨둔 채 돌아올 기약 없이 사라집니다.

그렇게 아키라와 동생들은 전기와 수도도 끊긴 채,

아파트 안에서만 살아가는 은둔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학교도 가지 않고, 이웃과도 단절된 그들의 일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투명하게 지나갑니다.

아키라는 생존을 위해 작은 가게에서 음료수를 훔치고,

공원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삶을 꾸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부와의 연결은 더욱 희미해지고,

생활은 점점 더 가난과 고립 속으로 빠져듭니다.

동생들은 굶주림과 외로움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결국 안타까운 사건이 그들을 뒤흔들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끝까지 과장된 감정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

조용하고 덤덤하게 아이들의 삶을 따라갑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웃고, 싸우고, 다시 손을 잡습니다.

아키라는

그런 동생들과 함께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결정을 내려가며,

아이이면서도 부모의 역할을 감당해 나갑니다.

 

 

영화의 매력

 

《아무도 모른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일본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를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섬세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아이들의 감정을 그려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설명하지 않음’에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사정이나 사건의 배경을 길게 늘어놓지 않고,

시청자가 그들의 시선에 맞춰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유도합니다.

특히 주인공 아키라를 연기한 야기라 유야는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일본 영화 역사상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아키라의 고독과 책임감이 느껴지고,

그 조용한 내면의 파동이 관객에게도 묵직하게 전달됩니다.

영화는 대부분 고요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배경음악마저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 극도의 현실감을 유지합니다.

이는 아이들의 외로움과 세상으로부터의 단절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하게 만듭니다.

감독은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이 사회의 무관심과 시스템의 구멍이 어떻게 아이들의 삶을 침묵 속으로 밀어 넣는지를 서서히 드러냅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도 명확한 악인은 아니지만,

그 무관심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는 아이들을 점점 침묵 속으로 몰아갑니다.

 

 

총평

 

《아무도 모른다》는 ‘어떻게 살았는가’를 묻는 영화라기보다,

‘어떻게 견뎌냈는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처절하고 비극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작은 연대와 웃음은 오히려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이 영화는 사회에서 잊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을 ‘소리 없이’ 전합니다.

고통을 외면하고 싶을수록, 영화는 더 조용히, 더 깊게 관객의 마음에 파고듭니다.

‘누구도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본 관객은,

그 무심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질문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드라마틱하지 않음’ 속에서 인간의 진실을 끄집어냅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그러한 연출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며,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의 고통을 모른 척하고 있지 않나요?”
침묵 속에서 던지는 그 질문은, 때때로 가장 큰 울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