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삶의 중심을 이루던 것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과정을
가장 조용하고도 강렬한 방식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앨리스 하울랜드는
언어학 교수로 명문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지적이고 활기찬 여성입니다.
가족과 커리어 모두 안정적인 그녀는
무대 위에서 강연을 하고,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말을 하던 중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불안을 느끼고
조금씩 기억이 어긋나는 상황들을 겪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건망증이라 여겼지만,
점차 일상적 문장조차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길을 잃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병원 진단을 받게 됩니다.
진단명은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그녀는 겨우 50대 초반이었고,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끔찍했던 건
그 병이 유전형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앨리스는 처음엔 이를 부정하려 하지만,
곧 스스로 병의 진행을 인식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정리해 나가려 합니다.
가족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가장 아끼는 학생들을 떠나고,
심지어는 스스로 자살을 계획하는 영상까지 남깁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 순간 선택합니다.
사라져 가는 기억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앨리스다’라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병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식이나 명예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과의 진심 어린 관계임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막내딸 리디아와의 관계는
영화 후반에 가장 큰 울림을 줍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두 사람은
말이 아닌 존재만으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마침내 진정한 유대를 맺게 됩니다.
메시지
이 영화를 보며
저는 ‘기억’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증명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이 하나씩 사라진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앨리스는 자신이 기억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고도
그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기보다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려 했고,
그 태도는 저에게 참 많은 용기를 주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병이 무엇을 빼앗아가는지를 말하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식은 흐릿해져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사랑받았던 기억은
언어가 사라진 뒤에도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정말 섬세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앨리스가 강단에 서서
자신의 상태를 직접 이야기하는 장면은
정말 가슴 깊이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잃어가는 것보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을 붙잡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투병의 고백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가장 단단한 태도였습니다.
총평
《스틸 앨리스》는
화려하지도 않고,
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가장 인간적인 두려움과 아름다움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줄리안 무어는
앨리스라는 인물을 통해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내면을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녀가 눈동자만으로 보여주는 감정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했고,
그 연기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한 사람의 지식, 커리어, 기억이 아닌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무언가를 잃어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기억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이 영화는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스틸 앨리스》는
병을 다룬 슬픈 영화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기억보다 더 깊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며,
‘존엄하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정직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신다면
가족,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 스스로에게도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이다”라는
따뜻한 확신을 건넬 수 있게 될 거라 믿습니다.